인도 배낭여행 열여섯 - 아비규환 인도 로컬기차와 기차에서 만난 인연 in 카주라호

Travel/27, 인도 배낭 여행




오르차를 떠나는 날.


다음 목적지는 성애상으로 유명한 카주라호다.

오르차에서 카주라호는 거리가 그리 멀지 않고, 아침마다 기차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티켓을 미리 예매하거나 하지 않았다.


아직 동이트기 전 오르차.. 동화 같았던 오르차도 이제 안녕이다.





오르차 마을에서 1.4km 정도 떨어진 오르차역,

마침 오르차역으로 가는 외국인 커플을 만나 동승해서 역까지 함께 왔다.


부부가 둘이 함께 배낭여행을 한다는 것.

이때는 그냥 여행하는 구나.. 라고 간단히 생각했지만,

부부가 함께 여행한다는 것, 참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든다.





오르차역은 여태까지 지나쳐온 역과는 달리 간이역이였다.

티켓을 구매할 때, 예매하지 않고 바로 와서 사도 기차를 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정말 편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앞으로 다가올 시련을 짐작 하지 못했다.


기차티켓을 사고 기차를 기다리는데..

멀리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정말 아름다웠다.

아마도, 여행 초반 자이살메르에서 사막 낙타사파리 중에 봤던 일몰 다음으로 아름다운 장면이였다.


한동안 말없이 해가 뜨는 것을 지켜봤다.





어느새 해가 많이 떳지만, 

남희누나에게 사진부탁을 해서 찍었는데..


내 머리속 상상으로 그리던 감성적인 사진이 나올줄 알았는데..

막상 찍고 나니 왠 노란 옷입고 뻘건 짐가방을 들고 힘겨워 보이는 여행자가..


상상은 상상인가보다..





외국인 여행자들이 어디선가 차이를 한잔씩 사오길래,

어디서 삿냐구 물어본 뒤 남희누나와 함께 짜이를 사러 다녀왔다.


역시나 인도에서 기차는 출발지를 제외하곤 제시간에 도착하고 떠나는 일이 없다.

이곳도 예외는 아닌 듯 열차가 계속 연착이 되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멀리서 검은 매연을 내뿜으며 달려오는 열차가 보인다.


바로 우리의 목적지인 카주라호로 향하는 곳 열차였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기차라는 생각을 했던 나는

큰 오산이라는 것을 금새 깨달았다.


함께 있던 인도인들이 표정이 좋지 않고 기차를 타려고 이리저리 올라가 문을 열어보지만,

문이 열리지 않는다.


어리둥절했던 우리들은 금새 멘붕상태..

안에 사람이 많아서 문이 열리지 않았던 것이다.


기차표를 아무때나 살 수 있다는 것은,

돈만내면 탈 수 있다는 것. 바로 자리주인이 없다는 얘기였다.


기차역 차장처럼 보이는 사람이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문을 열어주었고,

빨리 타라는 손짓에 여차여차 어떻게 누나와 어머니 그리고 나는 기차에 오를 수 있었다.


기차에 무사히 올랐지만 그속은 아비규환이였다.





와.. 영화에서나 볼만한 기차속이 진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외국인 여행자들도 무사히 기차를 탔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얼굴에 미소가 그려진다.


이런 경험을 언제 또 해볼 수 있을까.. 그리고 어디서 해볼 수 있을까.

바로 인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겠지.





이 기차안에서 인도인의 무서움과 동시에

그들의 따뜻한 마음과 배려 그리고 나눔을 배울 수 있었다.


먼저 무서움은, 잠깐 사이에 함께 기차에 오른 남희누나 지갑을 소매치기 당했다.

기차에 올라 잠깐 사이에 누나의 지갑이 사라졌다.


그리고 이 미어터질것 같은 기차안에서 누구하나 자신의 자리를 혼자 차지하려는 사람이 없고

작은 공간이여도 서로 나누고 나눠 엉덩이 반쪽 짜리 자리라도 나눠걸터앉았다.


지하철 혹은 버스에서 자신이 힘들다고 양보하고 배려하지 않는 우리들의 모습과는

달랐고 나 자신에게 반성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기차안에선 여러 사람들을 만나, 누나의 지갑 얘기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어떤 인도 청년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카주라호에 도착했다.





어느덧 도착한 카주라호, 기차안에서 만난 비샬이란 인도청년은

친형이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고 자기는 학생인데 방학이라 여행을 하고 있다고 했다.


마침 카주라호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가는 중이라고 했다.

우리도 카주라호로 가고 있었기에 이런 저런 얘기를 했고


비샬은 자기 친구가 오토릭샤를 한다고 했고 친구가 일하는 게스트하우스가 좋다면서,

소개해준다고 했다. 누나의 지갑을 찾는 것도 도와주었고 마침 카주라호에 가서도

경찰서에 간다는 것을 도와준다고 해서 별 의심없이 따라갔다.





기차역을 나가니, 비샬의 친구들이 있었고,

저렴하게 카주라호 시내까지 올 수 있었다. 


인도에서 오토릭샤에 인도인과 함께 이렇게 많은 사람이 타는 경험을 할줄이야..





카주라호에 무사히 도착해, 비샬이 안내해준 그린 게스트하우스(?)인가,

갔었는데, 외국인 여행객도 많고 방값도 그리 비싸지 않은 편이라 방을 잡고 짐을 풀어놓고 나왔다.


그리고 먼저 도착한 병욱이도 만날 수 있었다.

몇일이 지나서 다시 만난 병욱이 얼마나 반갑던지..

병욱이는 하지만 오늘 저녁에 바라나시로 떠난다.


떠나기 전까지, 이곳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카주라호의 꽃 미투상 이야기도 했다..ㅋㅋ




밖으로 나와 미리 바라나시로 향하는 표를 알아보러 나왔는데,

역시나 인기구간인 바라나시로 가는 표를 예매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다음날 딱깔을 구해보기로 하고 나왔다.

많은 도움을 준 비샬과 함께 셀카도 찍었다.






그리고, 카주라호 시내를 돌며, 구경했는데..

가이드북에는 최고의 껄떡 도시라고 했었는데 다른 도시와 비슷한 수준 인것 같았다.


무엇보다, 카주라호는 정말 조용한 도시였다.

조용하다고 하는 오르차보다도 고요한 도시였다.





이곳에는 한국음식점이 정말 많았는데,

배고 몹시 고팠던 우리들은 한 식당에 가서 

닭도리탕을 시켰다.





으아.. 진짜 정말 맛있다.. 한국 닭도리탕의 맛이 나고

한국음식이 정말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ㅠ.ㅠ 


한국이 무척 그리운 하루였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건.. 비샬이 핸드폰을 구경하더니,

델리에서 함께 구경하던 일행들 사진을 보고 자기 친구라며,

준구준구를 외쳐대는 게 아닌가..


준구는 일행 중 한명이 이름이다.

함께 여행했었다면서 친하다고 하길래,

우리들도 정말 신기하다고 어찌 이럴 수 있지 하면서 반가워 했다.


하지만, 준구는 핸드폰을 분실한 탓에 연락할 방법이 없었고,

저녁에 서원이한테 연락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녁에 서원이 한테 연락을 했더니...

정말 소름이 쫘악 돋을만한 대답을 들었다..


맙소사...



Continue..